농심몰

<사진 1. 가상현실에서의 음식 메뉴>

 제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각 분야에 걸쳐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그중에서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세계가 새롭게 소개되어 많은 젊은이들에게 흥미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 세상은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단순히 가보지 않은 세상으로 여행하며 시각적으로 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상적으로 옷 가게나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서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보거나 화장을 해 보고 그것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판단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실제 화장품 가게에서 다른 사람이 사용한 테스트용 화장품을 입술이나 얼굴에 직접 바르는 비위생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대면 시대를 거치면서 문화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피부에 직접 발라 보지 않아도 색상이나 명도 등을 선택해가며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을 수 있다. 여간 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온라인으로 문의할 수 있어 백화점이나 매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식품분야에서는 Wendy verse 등에서 매장을 방문하기 전 필요한 메뉴를 사전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증강 현실은 시각적인 면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식품의 경우에는 시각적인 요소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미각이나 후각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전에 ‘냄새를 즐기는 Sensorama’편 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내용에 소개되는 음식의 냄새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증강현실 세계에서도 냄새를 느낄 수 있다면 현실감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증강현실은 가상적인 요소를 경험하는 일이지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련한 기억 속에서 과거의 순간이나 상상해본 적 있던 순간을 재현해 보는 일이기 때문에 이때 후각 기능은 이것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아바타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동일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리얼 메타버스(Real Metaverse)' 세계가 열리기 위해서는 인공 감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인공 감각 기술이 발전하면 자신의 아바타가 시각, 촉각을 비롯하여, 후각, 미각 등 오감 전체를 느낄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증강 현실세계에서 음식을 맛보고 얼마 후 방문할 레스토랑과 메뉴를 미리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각과 후각을 느끼는 가상세계로 어떻게 인도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접근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칵테일 잔이 미뢰를 자극하여 다양한 맛을 모방할 수 있는데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기기를 180μA로, 쓴맛은 80μA, 짠맛은 40μA로 설정하면 된다. 이 모든 기능은 스마트폰 앱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음료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셋에서 일정량의 뇌파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미뢰에서 느끼는 맛을 가상으로 느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맛이 한 가지로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러 미각을 순차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서 복합적인 맛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겠다.  

 후각의 경우는 좀 다르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미각은 5가지 맛으로 정의하는데 반하여 향은 수백만 가지나 되는 향기 성분이 존재하니 이를 모두 다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연어가 지구상에서 멸종해버렸다고 상상해보자. 전문가들은 가상 연어 조각이나 연어와 유사한 향을 만들 수 있다. 가상현실에서 모든 향을 다 느낄 수 있게 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다소 몸에 나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서도 다양한 미각과 후각을 느끼게 만들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을 먹고 있지만 진짜 치즈버거를 먹는 것처럼 눈앞에서 음식을 보고 향을 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험자가 VR헤드셋을 착용한 뒤 초콜릿 향이 나는 도넛을 손에 쥐고 있다고 느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실험이 있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가상 상호작용 연구소의 벤자민 리 박사는 실험의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피험자들이 가상세계의 도넛을 보고 냄새를 맡은 즉시 실제 도넛을 원하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결과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 구매력을 창출하는 데 활용 가능할 것이다.  

 2022년 6월 도쿄의 한 기업인 바크소는 VR헤드셋의 향기 발산 부속 장치를 개발했다. 크기와 모양은 막대사탕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기는 세 가지 다른 향을 포함하고 있으며 향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해당 기기는 플레이스테이션 VR, High Tech Computer Vive, 그리고 오큘러스 헤드셋에서 작동한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또 다른 연구진은 감각을 속여 사용자가 마시는 물을 와인으로 착각하게 하는 칵테일 잔을 개발했다. 이 기술에는 칼라프린터에서 3가지 기본색의 카트리지가 다양한 색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세 개의 향기 카트리지와 소형 공기 펌프가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망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배합을 통해 새로운 향기 분자를 방출해 맛에 대한 지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방법으로 수없이 많은 향기 성분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능한 방법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물론 활용도에 따라 카트리지에 새로운 향들을 주입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듈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가상 상호작용 연구소의 제레미 베일렌슨과 함께 벤자민 리 박사는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후각의 특징에 영감을 받아 가상현실에서 어떻게 후각을 느낄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촉각과 후각을 조합한 가상현실을 가까운 미래에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VR헤드셋에 ‘가상현실의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란 문구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출처 : 누들푸들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