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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블렌딩 커피 원두>

 커피나 홍차에 우유를 타서 새로운 맛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블렌딩의 시초였는지는 모르나 이보다는 같은 종류의 제품을 혼합하여 전혀 색다른 맛과 향을 지닐 때 이를 블렌딩이라고 한다. 블렌딩을 중요시 여기는 제품으로는 커피, 와인, 위스키가 대표적이다.  

 커피는 각기 다른 원두 품종을 혼합한 후 이를 함께 로스팅 하면서 색다른 풍미를 찾고자 하였다. 로스팅 과정 중에 여러 화학 반응을 통하여 새로운 향미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선블렌딩 방법이 있다. 선블렌딩 방법 중 많이 이용되는 것중 하나는 다크 로스팅을 통하여 진한 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인데, 이는 다루기 편한지만 적절한 마일드 로스팅에서 얻어질 수 있는 향미의 캐릭터는 얻기 어렵다. 반면 원두 품종별로 특유의 향을 확보하기 위해 각기 별도로 로스팅 한 후 이들을 혼합하여 추출 공정으로 가는 후블렌딩 방법이 있다.  

  커피 원두가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산지에 따라 향미가 달라질 수가 있으며, 원두의 수분함량에 따라 공정 중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질 수 있어 각 품종별로 로스팅을 하여 향미 특성을 확인한 후 배합비를 선정하여 블렌딩 할 수 있다. 이처럼 프로세싱에 따른 최적의 향미 프로파일을 추구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제품의 경우 블렌딩을 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첫째 균일한 품질을 얻어내기 위함이다.

원두나 포도 또는 곡류와 같은 농산물은 계절과 기후에 따라 숙성도가 다르고 산지에 따라 영양분의 흡수 정도가 달라 대사정도가 차이가 나서 같은 품종이라도 다른 품질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산지가 다른 농산물을 혼합하여 제조함으로써 그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단일 품종이 갖는 특징을 다양하게 하여 복합미와 구조감이 단단해질 수 있다.

포도나 커피의 경우 단일 품종마다 각기 다른 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블렌딩 함으로써 복합적이고 미묘한 향을 도출해 낼 수가 있다. 물론 Matrix의 차이에서 오는 입안에서의 조직감도 당연히 달라질 수 있는데 맛과 더불어 독특한 향미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통 sharp한 맛을 결점으로 가지고 있다면 블렌딩을 통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르나쉬(G), 시라(S), 무르베드로(M) 와인을 혼합하는 경우 그 비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많은 것부터 순서를 GSM, SGM, GMS 등으로 나누어 블렌딩 하여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나파벨리 지역의 한 와인너리에는 같은 품종을 심었는데도 개울 같은 도랑을 사이에 두고 전혀 맛이 독특한 와인 제품이 출시되어 모두를 놀라게 하였는데 과거 지진 활동으로 인하여 도랑을 경계로 땅이 위아래로 솟아나는 지진활동이 있었기에 지층별로 관찰해 보면 전혀 다른 토양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와인 맛이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와인을 블렌딩 하여 만든 와인은 최고급품의 와인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스토리텔링도 재미있고 맛과 향도 독특하여 최고급품으로 자랑할 만한 특징을 지녔다.  

 셋째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

포도주의 경우 색상이 너무 엷거나 혹은 너무 진한 색을 띨 수 있는데 향미는 좋은데 색이 떨어진다고 하면 이를 블렌딩을 통하여 보완할 수 있다. 색상도 좋으면서 향미도 좋은 제품을 위해 블렌딩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 알코올 농도가 좀 높은 것과 알코올 농도가 약간 낮아 품질이 미흡하다면 이 또한 블렌딩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떫은 맛을 지닌 타닌의 함량에 따라 드라이한 것과 라이트한 스타일을 블렌딩하기도 한다.  

 와인의 경우 오크통에 넣어 발효과정을 거치는 경우 저장창고 안의 위치에 따라 온도 차이가 있고 따라서 발효 정도가 다소 차이가 있어 이른 보완하기 위해 블렌딩을 하기도 한다.  

 넷째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적이다.

와인은 비싼 것이 있는가하면 값이 싼 것들도 있다. 이들을 적절한 비율로 블렌딩 하여 합리적인 가격별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커피의 경우 홍수나 가뭄에 따라 작황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대비하여 평소 다양한 배합 비에 따른 맛과 향이 다른 제품들을 블렌딩 하여 제품을 제조해 놓으면 작황이 나빠서 구하기 어려운 원두제품의 경우 충분히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체품을 제시해 줄 수가 있다.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레갈, 로얄살루트 등 모두가 블렌디드 위스키로서 많은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고품질의 위스키들이다. 한편 최근 새로운 형태의 독특한 블렌딩 와인이 소개되었는데 카페 같은 곳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커피와 함께 블렌딩이 된 와인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창의성이 담긴 제품으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블렌딩 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제품의 품질을 제공해줄 수가 있어 또 다른 창조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 

🔊 출처 : 누들푸들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