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에게 찾아온 큰 변화 중 하나는 비대면 세상이다. 영양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교육을 한 지 7년이 되었고 세월을 되돌아보면. 처음에는 비대면 교육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지금은 비대면이 더 당연한 일이 되었다. 미국에서 한국의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나로서는 비대면의 세상이 감사할 따름이다. 기술로 가능해진 비대면의 세상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모양새이다. 대면의 세상에서는 시간과 정성이 충분한 부모만 국가에서 하는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일상에 바쁜 부모들, 직장 다니는 부모들도 쉽게 교육에 접근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식약처 산하 기관인 중앙급식관리지원센터와 협력으로 부모 교육을 시작하였는데 2022년에 약 2,000명, 2023년에 약 3,000명 정도 교육을 했다. 특히 올해는 500명 정도의 부모 대상으로 3회에 걸쳐 행동을 수정하는 집중 심화 교육을 하였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질문하고 답하고, 의견 물어보고 등 다양한 활동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부모는 마음의 위로를 받고 눈물이 났다는 후기의 글이 꽤 많았다. 다수의 부모를 교육하면서 즉석에서 의견을 묻고 답하다 보니 요즘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올해는 주제를 ‘식생활을 통해 요즘 부모들이 원할 것 같은 것 3가지 즉 키가 큰 아이, 머리가 좋은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에 대한 교육을 하였는데,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가장 원하는지 물었을 때 머리 좋은 것을 원하는 부모가 가장 많았다. 경쟁이 심한 세상에서 머리가 좋다는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좋은 머리는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도 좋아질 수 있을까? 머리는 유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국내 언론에 소개되었다. 2000년부터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부 지역 병원에서 태어난 남태평양 섬나라 아이 1,400 여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임신 중 엄마의 식품 섭취가 자녀의 학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보고한 것이다. 연구진은 임신 중 충분히 먹지 못했다고 밝힌 엄마들이 낳은 자녀 649명을 2년에 한번 씩 심층 조사를 하여 17년간 추적 조사했고 이들의 학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대규모의 연구이고 장기간 추적 관찰 연구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이다. 이 연구는 아이의 머리나 공부 수행 능력이 유전이 아닌 환경에 의해서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임신 중의 식생활이 태아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대부분 영양적 요인이 뇌 성장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충분한 해석이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신비에 쌓여있던 뇌가 밝혀지면서, 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뇌의 무게·크기·뇌의 성분이 아니라 뇌의 신경망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뇌 신경망은 영양 성분과 같은 물질이 아닌 뇌에 전달되는 자극과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다. 머리가 좋게 하기 위해서는 자극을 주고 경험을 많이 하게 해야 하는데 그 자극과 경험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뇌에 전달되는 오감의 자극을 말한다.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면 뱃속에서 무슨 자극과 경험을 하겠는가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태아의 감각 발달을 살펴보면 태아 5주 정도부터 감각 기관이 관찰되어, 촉각의 경우 12주에 피부 전체가 자극에 반응하고, 후각의 경우 24주가 되면 엄마가 먹은 음식 냄새를 맡고, 청각의 경우 24주가 되면 소리를 듣게 되고, 미각은 임신 후반기에 엄마가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더 많이 꿀꺽거린다고 한다. 즉 아기가 뱃속에서도 오감의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우리 조상은 태아 교육의 중요성 알고 실천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태교를 위해 임신기에 음악을 듣고 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음식의 향과 맛이 태아에게 자극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기는 태어난 후에 임신기 동안 엄마가 먹은 음식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태아가 엄마의 음식과 향을 감지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의 연구로 다시 돌아가서 임신기 동안 엄마가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 아이가 태어나서 대학 들어갈 때까지 지속적으로 학업성적이 좋다는 결과를 다음과 같이 해석해볼 수 있겠다. 다양한 음식의 향과 맛으로 뇌가 자극되고 이를 감지한 태아는 더 많은 신경망을 형성하였고, 더 좋은 지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라고. 결국은 머리는 타고난 유전자만이 아니라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음식에서 오는 오감자극이 지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음식의 오감 자극 중에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감각은 후각이다. 진화론적으로 후각은 포유류의 뇌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후각 기능을 맡은 뇌 부분이 부풀어 올라 대뇌가 되었다고 한다. 후각(후각세포·후각신경·후각 중추)은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전두엽,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편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연결 지점에 있으면서 기억·감정·학습에 밀접하게 관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의 후각 시스템은 다른 감각 기관보다 가장 먼저 발달하는데, 태아의 후각신경은 임신 7주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임신 10주부터는 후각신경세포가 코와 뇌를 연결하는 성숙한 경로를 만들고, 후각신경은 임신 14주부터는 어른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게 되며, 임신 28주부터는 어른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태아는 후각을 통해 가장 먼저 긴밀하게 엄마가 만들어 준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후각과 뇌 기능에 관해서는 손상된 기능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감각의 상실 특히 미각과 후각 이상이 뇌 기능에 관련이 있음을 밝히는 국내 보고가 있어 흥미롭다.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가 코로나 후유증으로 병원에 내원한 44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38.6%가 머리가 멍해지는 브레인포그 증상을 호소하였으며, 후각과 미각 저하 경험이 있는 경우 브레인포그 현상이 2.5배가 높은 것으로 발표하였다. SBS 조동찬 과학 기자는 후각 손상이 통합적 사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캐나다의 그림 자료와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코로나로 인해 뇌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좋아하는 향으로 뇌를 자극하였을 때 회복이 빨랐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였다. 이는 후각의 자극이 뇌 발달에 관여할 뿐 아니라 손상된 뇌 기능의 회복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사진 1. 후각과 뇌 발달>

부모들이 좋아하는 머리가 좋은 아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공부 잘하는 머리는 타고난 것일까?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로 생각해보면 머리는 후천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부모들이 아이들 머리가 좋아지길 바라면서 많은 것을 가르치면서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데,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다양한 음식을 먹고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오감을 즐기는 것이다.  

음식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영양 물질로 인체를 구성하고 조절하여 건강을 유지시킬 뿐 아니라, 음식이 가지고 있는 오감 자극 물질로 인간의 뇌를 발달시키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자연적으로는 공평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먹는 음식으로 뇌가 발달하게 디자인되어 있으니 말이다. 특별한 것이 아닌 매일 먹는 음식으로 뇌가 발달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향을 느껴 보고, 향에 대해 말해 보고... 그렇게 음식의 향을 만끽하며 나의 뇌를 깨워보자.  

🔊 출처 : 누들푸들 (주)뉴트리아이 대표 한영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