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국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다. 국수는 전통을 바탕으로 무한하게 변화·진화하며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매년 발표하는 미쉐린 가이드의 ‘빕구루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도 다수의 국숫집이 등재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 요리연구가가 새롭게 국숫집을 오픈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왜 ‘국수’를 선택했을까. 

셰프도, 요리연구가도 소박한 국숫집에 주목

외식 트렌드가 최근 가성비와 가심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파인다이닝 등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들이 점차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음식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JTBC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로 유명세를 탄 임창욱 셰프가 중국 쓰촨 지방의 면요리인 탄탄면 전문점 ‘금산제면소’를 회현동에 오픈한 이후, 중식전문 최형진 셰프는 송리단길에 대만식 우육탕면 ‘미엔아이’와 중국가정식 ‘진지아’를 오픈했다. 또 미쉐린 가이드에서 플레이트(PLATE,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올랐던 ‘루이쌍끄’의 이유석 셰프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접고 성수동에 자가제면 수타 국숫집 ‘유면가’를 오픈했고, 요리전문가이자 향신료전문가인 백지원 씨는 송파구 삼전동에 ‘마담타이’를 오픈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국수에 주목한 것도 바로 대중성이다. 1% 이내의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요리보다는 낮은 문턱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국수를 택한 것이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미쉐린 셰프의 국숫집

'유면가' 

‘면이 있는 집’이라는 의미의 ‘유면가’는 프렌치 레스토랑 루이쌍끄를 10년 간 운영했던 이유석 셰프가 새롭게 오픈한 국숫집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국수를 만들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국수는 유포면이다. 

<사진 1. 유포면(왼쪽), 이유석 셰프(오른쪽)>

(왼쪽)5~7cm 폭의 넓은 벨트 모양의 유포면. 

매콤새콤한 양념과 채소, 면의 어울림이 입맛을 당긴다. 특히 반숙 계란은 뻑뻑함 없이 맛도 일품이다.

(오른쪽)이유석 셰프가 중국의 면 장인으로부터 직접 면 뽑는 기술을 배워와 자가제면한다.

중국 산시성 성도 시안의 전통 국수인 유포면은 ‘기름을 덮은 면’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특히 면 폭이 5~7cm로 넓어 벨트 모양에 가까운 느낌을 줘서 벨트 국수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국수 한 가닥의 길이가 1인분일 정도로 긴 길이를 자랑한다. 면은 쌀가루, 밀가루, 양파 등을 섞어 자가제면해 직접 뽑는다. 이유석 셰프는 이 면 뽑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베이징에 있는 은둔의 고수를 찾아가 직접 사사를 받고, 레시피도 전수받았다. 

유포면에 들어 가는 양념 중 고추기름과 파기름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적은 양이 들어가지만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법 레시피에 따라 여러 종류의 재료를 배합해 양념장을 만들고, 사천 달걀, 오이, 양파, 표고버섯을 올리면 유포면 한 그릇이 완성된다. 특히 달걀은 루이쌍끄 시절 독특한 수란을 개발해 특허권을 가질 정도로 달걀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던 이유석 셰프가 유포면을 위해 새롭게 조리법을 개발했다. 반숙 상태에서 바늘로 구멍을 뚫고 사천소스에 간이 잘 스며들도록 하루 정도 재워 감칠맛이 풍부하면서도 깔끔하다. 면과 함께 먹으면 별미인 수육은 정종, 생강, 된장으로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고 삶은 후 짧은 수비드 과정을 거쳐 제공한다. 

<사진 2. 유면가 내부 전경>

주방을 메인으로 카운터 테이블 좌석이 있고, 창가에는 바 좌석을 배치했다. 

매장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딱 한 젓가락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계절별로 다양한 면요리를 개발해 선보이는 이유석 셰프는 11월들어 유포면 대신 따뜻한 국물을 맛볼 수 있는 닭곰탕면과 육포면(소고기칼국수)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겨울철 한정으로 벌교 꼬막무침 사이드 메뉴도 있다. 유면가의 면요리를 모두 맛보려면 계절마다 한번씩은 꼭 방문해 봐야 할 일이다. 

태국을 사랑하는 요리연구가의 내공 담긴 국수

'마담타이'

마담타이는 백지원 요리연구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동남아시아풍 국수전문점이다. 작은 국숫집을 오픈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백지원 버킷리스트’를 실현한 공간이기도 하다. 

작은 국숫집을 지향한 만큼 테이블은 8인 원테이블 하나다. 어느 누가 오롯이 테이블을 차지할 수 없기에 이 곳에서는 모르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밥친구가 된다. 전체 방문객 중 20% 정도가 혼밥 손님이다. 

<사진 3. 마담타이 외부와 내부>

송파구 삼전동 동네 안쪽에 위치한 마담타이. 8인 테이블 딱 하나만 놓여 있다.

메뉴도 심플하다. 기본 메뉴인 마담국수는 아롱사태를 푸짐하게 넣어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를 베이스로 해 고기를 듬뿍 올려 낸다. 면은 건쌀면을 사용하는데 끈기가 없어 뚝뚝 끊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건면의 상태까지만 불린 다음 펄펄 끓는 물에 데치듯이 삶아 탄력있는 면을 완성했다. 진한 육수와 아낌없이 올려 내는 고명으로 완성한 마담국수를 맛본 고객들은 ‘마치 보양식을 먹는 것 같다’는 평이다. 

마담매운국수는 각종 향신료와 고추기름 등을 더해 ‘맛있게 매운 맛’을 포인트로 잡았다. 

<사진 4. 마담국수와 마담매운국수(왼쪽), 요리연구가 백지원(오른쪽)>

(왼쪽) 아롱사태를 푸짐하게 넣어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를 베이스로 한 마담국수와 각종 향신료와 매운 소스로 맛을 더한 마담매운국수. 

(오른쪽) 맛있는 국수를 연구하는 요리연구가 백지원

마담커리와 마담우삼겹매운국수

최근 새로 선보인 우삼겹매운국수는 우삼겹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올려내 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해 인스타그래머의 최애 픽으로 등장했다. 더 매운 맛을 원한다면 테이블 위에 갖춰진 매운소스, 라임고추소스 등을 첨가해 입맛대로 즐기면 된다. 

국수 외에 킬링메뉴로 마담커리가 있다. 1시간 이상 볶아 카라멜라이징화한 양파를 베이스로 껍질을 모두 제거한 닭다리 살만 사용한 마담커리는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고 만들어 풍미가 일품이다. 치즈를 흠뻑 올려 함께 제공하는 바게트와의 조화도 좋지만 코코넛강황밥과 함께 즐기면 최고의 일품요리가 된다. 

<사진 5. 마담우삼겹매운국수(왼쪽), 마담커리(오른쪽)>

백지원 요리연구가는 “국수는 빠르게 제공되어야 하지만 재료는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며 “단순히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음식에 애정을 담으면 그것을 손님들도 오롯이 감정으로 느낀다는 것.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고 싶은 국수,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가 있는 맛있는 국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 : 누들푸들 외식산업 종합경영정보지 [월간식당] 및 [식품외식경제신문] 육주희 편집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