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사진 1. 이치란 라멘>

  2022년에 일본의 지역별 랭킹에서 일본 3대 라멘의 발상지인 후쿠오카 현은 49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중에서 29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3대 라멘은 하카타(博多)、삿포로(札幌)、기타카타(喜多方)다. 하지만 하카타라멘으로 불리는 이 지역 라멘의 개별 식당 브랜드 파워는 대단하다. 이치란은 일본을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 브랜드가 되었다. 하카타라멘은 염도가 평균 1.5 정도로 한국인의 국물 기준인 0.9를 훌쩍 뛰어넘는다. 하카타라멘을 처음 먹는 한국인에서 일본 라멘=짜다라는 첫인상이 강하게 각인된다. 거기에 고기 기름이 듬쁙 올려진 것도 좀 부정적이다. 한국인의 국물이 설렁탕, 곰탕, 돼지국밥, 순댓국의 하얀 국물과 짬뽕, 부대찌개처럼 매운 국물로 이분되는 반면, 일본의 라멘은 하얀 국물을 기본으로 발전하고 있고 하카타의 라멘은 돼지 뼈를 중심으로 한 국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 2. 아카노렌>

  하카타라멘은 구르메(久留米)에서 1937년에 탄생한 뒤 1942년경 후쿠오카의 유흥 중심지 나카스(中洲)에 산마로(三馬路)에서 돼지뼈 국물에 평면의 면을 제공하면서 본격화되고, 1946년에 개업해 현재까지도 영업을 하고 있는 아카노렌(赤のれん)（현재 이름은 아카노렌와테이 赤のれん和亭）으로 유명해졌다. 구르메의 산쿠(三九)에서 탁한 국물의 돈코츠라멘이 개발되면서 현재 스타일의 하카타 돈코츠라멘 국물이 완성된다. 1952년 어시장 상인들을 위해 빨리 만들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얇은 면발이 겐소 나가하마야(元祖長浜屋)에서 만들어지면서 하카타라멘의 또다른 특징인 면발을 추가해 먹는 카에다마(替え玉) 문화가 완성된다. 겐소 나가하마야(元祖長浜屋)의 종업원이 독립한 겐소 나가하마야(元祖長浜家)도 두 곳이나 운영 중이다. 끝자리가 한문은 다르지만 일본어 발음이 같아(가(屋)와 가(家)) 법정 싸움까지 갔지만 세군 데 모두 성업 중이다.  

<사진 3. 겐소 나가하마야>

  하카타 라멘이란 말은 하카타라멘 시바라쿠(博多ラーメンしばらく) 2대 여사장이 1977년에 제안해 쓰여지기 시작했다. 하카타라멘의 특징은 우선 면은 소면처럼 희고 가는 극세 스트레이트 면이 많다. 밀은 후쿠오카현이 개발한 라무기(ラー麦)를 주로 사용한다. 라무기는 얇은 면발이 쉽게 불지 않도록 단백질 함량이 12%에 이른다. 극세면의 가수율은 24%에서 28%, 또는 그 이하로 낮아 쫄깃쫄깃하고 국물을 잘 빨아들인다. 그만큼 늘어나기 쉬워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분량은 적게 제공하는 점포가 비교적 많다. 평면의 면은 하쿠류켄(白龍軒)에서 개발했는데 하카타라멘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건더기는 심플한데 파나 파와 차슈만 있는 가게도 많다. 파와 차슈 외에 목이버섯, 콩나물, 멘마, 김 등이 있다. 목이버섯이 하카타 라멘의 토핑이 된 것은 원래 목이버섯은 김 대용품이었다. 김은 가격 변동이 심했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된 목이버섯으로 대체하게 된 흔적이다. 과거 돈코츠라면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 돼지는 비위생적인 이미지가 강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홍생강이 사용되었다. 냄새를 잡기 위해서 흰 깨도 제법 사용하는데 하카타 라멘에 흰 깨를 넣는 것은 하카타라멘 시바라쿠의 창업자가 1958년에 고안해냈다. 최근의 돼지 사육 환경상 돼지 냄새는 거의 사라졌지만 흰깨 사용은 여전하다. 기름과 결합해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한다.  

<사진 4. 부타소바 츠키야>

  하카타라멘의 대명사인 탁한 돈코츠라멘 대신에 돈코츠라면 전체에 거부감을 갖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점포에 따라서는 냄새를 억제하기 위해서, 피를 빼는 것을 정성스럽게 실시하는 등 냄새를 억제하기 위한 손질을 하거나 생강 등의 향신료를 첨가하거나 닭 뼈와의 믹스 수프로 하고 있는 가게도 있다. 이런 돼지뼈 냄새를 억제한 라면을 '라이트 돼지뼈(돋코츠, ライト豚骨)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탁한 국물 대신에 맑은 국물이 새로 유행하고 있다. 후쿠오카 시내에는 부타소바 츠키야(豚そば 月や)가 유명하다. 저녁에만 영업하는 부타소바 츠키야는 라멘집에 이자카야를 더한 독특한 가게 형태다. 도쿄의 라멘 집들이 10석 전후의 좁은 공간을 고집하지만 후쿠오카의 라멘집들은 대개 좌석이 30여개가 넘고 술을 같이 마시는 이자카야 스타일이 많다.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