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태국에서도 작년부터 ‘소금세(salt tax)’ 부과가 시행됐다.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고나트륨 식품에 최대 880억 바트(약 3조 1,530억 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세금을 징수한다. 현재 태국 소비자의 나트륨 섭취량이 1인 1일 평균 3.6g 정도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2g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징수 대상 품목은 라면을 위시해 즉석식품, 스낵 등 주로 가공식품이다. 

 소금세는 과거 프랑스, 영국 등 절대주의 시대 왕실재정에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 전쟁이 잦았고 사치스러운 궁정 생활도 절정기에 달해 막대한 재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세금은 중국 당나라 때도 있었고, 1930년대 인도에도 있었다. 인도에서는 소금세 부담이 너무 커 간디를 중심으로 저항운동을 벌이기도 했을 정도였다.  

 소금(鹽)은 예로부터 인류의 생명 유지의 필수품이었다. ‘Salary(급여)’가 ‘Salt(소금)’에서 유래했듯 소금은 인간의 기본 생존권이자 재화였다. 소금이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여겨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소금은 육류, 채소 등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고 인간 혈액의 0.85%를 차지해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생명의 상징이다. 소금(NaCl)의 40%를 차지하는 나트륨(Na)은 짠맛을 내는 조미료이며, 나머지 60%를 차지하는 염소(Cl)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보존제 역할을 한다.  

<사진 1. 다양한 종류의 소금>

 소금은 천일염, 재제소금, 태움·용융소금, 정제소금, 가공소금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포장 크기에 따라 가격이 연동되긴 하나 한 인터넷 쇼핑몰 1kg 기준으로 정제염은 1,150원, 맛소금 4,800원, 히말라야 핑크솔트는 5,800∼9,600원, 게랑드 천일염은 25,600원, 함초 천일염은 17,000∼35,000원 등 정말 부르는 게 값이다.  

 소금 자체의 안전성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특히 천일염은 개펄에서 얻다 보니 토사(土砂)가 많이 섞여 있고 중금속 오염도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식약처가 국민청원 안전검사제로 핑크솔트, 천일염 등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식염 총 81개 제품을 수거해 중금속(비소, 납, 카드뮴, 수은)과 불용분을 검사한 결과, 모두 적합했다고 하니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최근 인류가 잘 먹고 잘 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소금의 과잉 섭취에 대한 건강 위험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식습관, 가정간편식(HMR)과 외식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높은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나트륨 과잉에 의한 고혈압, 뇌혈관질환의 원흉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 냉장시설이 열악한 환경에서 더운 여름 긴 음식을 장기간 보관해야 했고 밥반찬이 필요한 식생활 특성상 장류, 젓갈, 김치, 염장 등 소금에 절인 고염 식품의 섭취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의 약 80%는 찌개, 반찬 등 부식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 지구 전체가 ‘소금(나트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일일소금권장섭취량’을 5g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나트륨으로 환산하면 2g에 해당되는 양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조금 높은 2.3g을 권장한다. 우리도 국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3.89g, 소금으로 환산하면 9.72g에 이르러 정부가 강력한 나트륨 저감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소금은 과량 섭취 시 고혈압 등 인체에 해를 주고, 부족하면 체내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물질이라 다루기가 참 어렵다. 캐나다 의사인 앤드루 멘트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트륨 과량 섭취 시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지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은 높아지지 않아 정상인은 소금을 많이 먹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멘트 교수는 “나트륨 저감화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고혈압이면서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사람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정상인은 소금 섭취를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은 소금뿐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먹거리가 풍족한 과잉의 시대라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인류의 목표는 ‘나트륨 섭취량’의 균형을 맞춰 건강을 유지하자는 것이지 ‘가공식품 중 나트륨 함량’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소금을 죄악시해 반드시 써야만 품질과 안전성이 유지되는 음식들까지 인위적인 저감화를 추진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약(藥)과 독(毒)은 양으로 결정된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려면 소금이 들어간 맛있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게 효과적이지, 음식의 소금 함량을 줄여 맛없게 많이 먹는 것이 대책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마인드와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즉, 소금은 줄이거나 조심해야 할 사람만 주의하면 된다는 말이다. 강제적인 정부 주도의 공급억제 규제는 단기적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소비자 스스로가 나트륨 함량 표시를 보고 식품을 구매해 생활 속에서 나트륨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  

🔊 출처 :  누들푸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