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TV를 보다 보면 최근 먹방 프로그램이 참 많이 방영이 된다. 저녁 식사를 다 하고 났는데 TV를 보고 있노라면 또 무엇인가 먹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끼게 된다.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으로 주는 자극이 식욕을 자극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후각적인 자극을 준다면 어떨까? 

<사진 1. 꽃향기를 맡는 여성>

그야말로 먹고 싶은 충동이 하늘을 치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시각적인 요소나 청각적인 요소는 연기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충분히 전달이 되지만 후각적인 요소는 전달하기가 어렵다.

 1950년대 TV가 소개되었을 때부터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시도되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못하였다. 그럼 어떻게 해당 음식이나 꽃의 향기성분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해당 요소의 향기 성분을 미리 확보하였다가 해당 프로그램이 반영이 될 때 냄새를 제공한다면 한 가지의 향기성분만 제공하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방송 시간 내내 그 향기만 맡으면 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의 향기성분이 제공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여러 가지 향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앞부분에서 맡았던 향기를 빨리 지워 버리고 새로운 향은 맡으려면 앞부분의 향기 성분을 신속하게 제거해야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러한 문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Morton Heilig가 1962 년에 도입 한 sensorama 기술은 sensor와 drama가 합쳐진 기술을 합성어로 나타낸 것이다. 최초의 가상현실 시스템 중 하나로 간주되는데 여러 감각으로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현금인출기와 같은 장치에서 혼자만이 영상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으며 스크린 쪽을 제외한 4면이 벽으로 차단된 가운데 냄새도 맡을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사진 2).

<사진 2. 향기를 맡으며 영상을 볼 수 있는 Sensorama 기술> 

 이 기술은 점차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조만간 영화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음식의 다양한 냄새나 꽃향기 혹은 농촌의 냄새, 숲속의 피톤치드 향 등을 실제로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모든 향을 전부 다 준비하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낭비가 될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방법으로 복합 향을 어떻게 만들어 제공하느냐가 문제이다. 컬러 프린터의 잉크는 3가지를 조합하여 여러 가지 색을 나타낸다. 이처럼 몇 가지의 기본 향을 베이스로 정하고 대표성이 있는 향을 잘 조합하여 제공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향의 조합에 과한 사항은 데이터베이스나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어 가상현실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프랑스의 한 전자코 회사는 전 세계의 모든 연구소나 대학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발표된 향기 관련 논문자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다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기술들이 sensorama에도 접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영화관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의 향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느냐 하는데 4년 전 전자코 관련 국제학회에서는 이런 이슈를 주제로 토의를 하곤 하였는데 향을 쏘는 방식을 위에서 아래로 스크린 쪽으로 쏘는 방법과 스크린 옆면에서 스크린 쪽으로 앞으로 쏘는 방법을 검토하였는데 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특히나 앞 장면에서 제공된 향기를 어떻게 빠른 방법으로 제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는 점이다(사진 3).

<사진 3. 스크린을 중심으로 향기성분을 어떻게 뿌려서 제공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모델 시스템>

 또 하나 고려해야할 점은 향기 성분의 분포가 적절하면서 균일하게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만일 향이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 쪽으로 모이게 되면 극장 객석의 중심부위에 앉아 있는 사람은 향을 강하게 느끼고 반대로 가장자리에 좌석을 선택한 사람들은 향을 약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균일하게 향이 분포되어 객석 어디서나 비슷한 정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하나씩 하나씩 축적이 되면 조만간 냄새나는 영화관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학회 모인 과학자들은 이런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실험공간의 영화관이 필요한데 그 당시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그런 실험을 하기 좋은 곳이 딱 하나있다는 말에 왠지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영화를 즐기려면 지금처럼 팝콘이나 다른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서 감상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향기와 혼합되어 이상한 향을 느끼고 이상한 맛의 팝콘을 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40여명이 매우 안락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CJ영화관을 방문하였는데 여기선 샐러드와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는 영화관이다. 영화를 보면서 음식을 먹자니 영화가 집중이 안 되었고 계속해서 음식 냄새가 신경이 쓰이다 보니 영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냄새를 느끼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우리에게 또 다른 맛의 즐거움을 제공하겠지만 역효과가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를 화면을 통해서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 아닌가 싶다.     

🔊 출처 :  누들푸들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