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충칭 관음교, 인민광장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장강케이블카 타고 가릉강 야경까지

우리나라에 훠궈(火锅) 파는 식당이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역세권에 가면 꼭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먹던 맛과 많이 비슷해서 놀란다. 훠궈는 구둥(咕咚)이란 별명이 있다. 의성어로 ‘첨벙’이다. 탕에 넣을 때 나는 소리다. 마치 ‘물텀벙’이 아귀찜을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 어느 지방을 가도 꼭 있다. 14억 모두 먹는다. 도대체 언제부터 먹었을까? 

2016년 장시(江西) 난창(南昌) 인근에서 기원전 1세기경 무덤이 발굴됐다. 작위를 승계한 왕이었다가 황제로 등극하고 27일 만에 다시 폐위돼 서민으로 강등된 해혼후(海昏侯) 유하(刘贺)가 주인공이다. ‘사상 최초의 훠궈’라 불리는 청동기가 함께 출토됐다. 2,000년 전부터 훠궈를 먹었던 역사라고 흥분한다. 화로에 물을 끓여 익혀 먹는 일이 난이도가 거의 없다. 불과 그릇이 생겼을 때부터라고 해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긴 하다. 입안이 얼얼한 정통 훠궈를 맛보려면 충칭에 가야 한다. 

<사진 1. 유리창 소 부위(왼쪽 위), 위엔양훠궈(오른쪽 위), 뉴서/댜오룽/고추 장식(아래 왼쪽/가운데/오른쪽)>

충칭은 7번을 방문했다. 갈 때마다 도시 어디를 가도 냄새가 유혹한다. 공항에서 3호선 지하철로 18번째 정거장인 관음교(观音桥) 역에 내린다. 주변은 번화가다. 소고기 전문 훠궈 식당을 찾았다. 내부는 깔끔하고 직원은 친절하다. 주방 유리창에 소 부위가 그려져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면 된다. 라탕(辣汤)과 칭탕(清汤)을 태극처럼 반으로 나눈 위엔양(鸳鸯)이 끓기 시작하자 곧바로 채소, 버섯과 함께 고기를 투하한다. 뉴서(牛舌)는 혀, 댜오룽(吊龙)은 등심이다. 등심 옆에 5%는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다. 접시에 솬8먀오(涮8秒)라 적혀 있다. 고기를 탕에 넣은 후 8초 동안 살짝 데친 후 먹으라는 뜻이다. 그만큼 신선하고 부드럽다. 훠궈에 취해 밤 분위기는 점점 기분 상승이다. 바깥에 나오니 새빨간 고추 장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보기만 해도 얼얼하다. 

<사진 2. 샤오몐/삼협박물관/훠궈(왼쪽 위/가운데/아래), 우리뎬 교차로/인민대례당(오른쪽 위/아래)>

우리뎬(五里店) 부근에 지인이 산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보니 입체 교차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 시내 교통이 가장 복잡한 도시를 꼽으라면 충칭도 순위에 든다. 실제로 5층으로 쌓인 15개 교차로가 8개 방향으로 연결된 교차로도 있을 정도다. 시민들처럼 아파트 앞 식당에서 샤오몐(小面)을 먹는다. 마라(麻辣)한 맛이 입을 마비시킨다. 아침부터 땀을 불끈 쏟아낸 후 버스를 탔다. 가릉강(嘉陵江)을 건너 인민대례당(人民大礼堂)으로 간다. 당 대회 등 정치 행사를 하는 공간이다. 베이징 천단(天坛)의 기년전(祈年殿)을 모방해 지었다. 인민광장에서 바라보면 패방 뒤로 웅장한 건축물이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삼협박물관(三峡博物馆)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 최대의 댐 공사로 수몰된 협곡에서 옮겨온 국보급 석각을 볼 수 있다. 중국 박물관은 너무 커서 언제나 허기가 진다. 대례당 옆 식당으로 간다. 가운데 라탕이 자리 잡은 훠궈 모양도 있다. 양고기 듬뿍 넣고 점심을 만끽한다. 

<사진 3. 임시정부 입구/동상과 태극기(왼쪽 위/아래), 건물 계단/회의실/단체 사진(오른쪽 위/가운데/아래)>

인민광장에서 버스로 30분이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도착한다. 14년 전 처음 찾아갔을 때 롄화츠(莲花池) 38번지 주소만으로 찾느라 꽤 고생했다. 택시 기사도 ‘다한민궈(大韩民国)’를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몇 번 갔기도 했고 한국인도 많이 찾아서 정보가 많은 편이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으로 조금 들어서면 입구가 보인다. 주변 건물 사이에 쏙 들어간 위치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운데 계단이 보이고 양쪽 1, 2층이 모두 전시실이다. 왼쪽 1층에 김구 선생 동상과 태극기가 보인다. 임시정부 요인들 단체 사진 앞에 서면 숙연해진다. 2층에는 임시정부의 역사와 광복군 관련 사진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건물에는 주석이 근무한 사무실을 비롯해 회의실 등이 있다. 일행과 충칭을 가면 꼭 가고픈 장소라 여러 번 갔는데도 늘 애틋하다.

<사진 4. 장강케이블카와 대교, 주변 건물>

충칭은 두 개의 강이 흐른다. 북쪽의 가릉강과 남쪽의 장강(长江)이다. 강 사이가 시내 중심인 위중구(渝中区)다. 강이 둘이라 시내로 들어가는 대교가 엄청 많다. 게다가 남쪽에는 장강을 건너는 대중교통수단인 케이블카도 있다. 예전에는 거의 시내버스 요금이었다. 충칭이 4A급 관광지로 변해 요금이 10배나 올랐다. 최대 65명까지 탈 수 있다. 길이가 1,166m이고 시간은 약 4분 30초 걸린다. 초당 6m의 속도로 달린다. 출발할 때 부근 고층아파트를 스치듯 지나니 빠르게 느껴진다. 강 한가운데를 지나면 체감되는 듯하다. 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왕복 요금이 30위안(약 5천 원)이다. 노을 지는 오후에 타면 상류부터 붉은빛이 번진다. 황토 흐르는 운치도 좋지만 훨씬 멋지다. 충칭에 가면 잊지 말고 한번 타기를 추천한다. 꽤 독특한 추억으로 오래 남는다. 케이블카 타고 내리는 지점에 1호선 지하철 샤오선쯔(小什字) 역이 있다. 

<사진 5. 해방비/탕 속의 장황(왼쪽 위/아래), 물고기 진열/훠궈 식당/탕과 장황(오른쪽 위/가운데/아래)>

두 강 사이의 번화가는 충칭의 명동이라 할 정도로 백화점과 명품 가게, 식당이 많다. 빌딩 숲 사이에 일본군과의 항전 승리를 기념해 1946년에 세운 인민해방기념비(人民解放纪念碑)가 있다. 27.5m 높이로 ‘충칭 해방’의 상징이다. 사람들 왕래도 빈번하다. 제팡베이(解放碑) 보행가(步行街)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한가로이 걷기도 좋다. 근처에 훠궈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건물마다 들어서 있다. 무엇보다 ‘무한 리필’이라면 부담도 없다. 1인당 68~98위안 정도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탕의 농도도 지정할 수 있다. 웨이라(微辣), 중라(中辣), 터라(特辣)로 구분된다. 충칭에서는 다른 지방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가장 센 터라로 먹는다면 배가 뒤집어져 죽을(?) 수도 있다. 중라도 권하지 않는다. 무조건 가장 약한 웨이라가 적당하다. 소고기, 양고기도 좋지만 민물고기도 일품이다. 신선하다는 선(鲜)도 물고기 어(鱼)와 양(羊)의 조합이 아니던가? 가릉강에서 많이 잡힌다는 장황(江黄)을 담아서 탕에 넣었다. 빠가사리(동자개) 비슷하다. 쫄깃하고 담백하다. 물론 기본은 맵고 얼얼하다. 불이 활활 타는 듯하다.

<사진 6. 훙야둥/가릉강/대교의 조명(왼쪽 위/가운데/아래), 지하철과 훙야둥/인민폐 10위안(오른쪽 위/아래)>

가릉강 방향으로 걷는다. 30분이면 강변에 도착한다. 황화위안(黄花园) 대교에 들어서니 무수히 조명이 반짝이는 곳이 멀리 보인다. 충칭 야경의 꽃이라는 훙야둥(洪崖洞)이다. 언덕을 따라 미식 거리가 조성돼 있다. 초저녁에 불을 밝히고 10시가 넘으면 소등한다. 강변 위를 달리는 2호선 지하철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교를 건너다가 우연히 10위안 지폐를 주었다. 평소 자주 보던 마오쩌둥 얼굴에 미소가 감도는 착각이 든다. 훠궈와 함께 마신 술 때문이리라. 강 아래 화물선이 떠다니고 어둠이 점점 깊어간다. 1.2km의 다리를 건너는데 야경이 자꾸 따라온다. 다리를 건너서도 여전하다. 조명이 밤을 밝히는 충칭이다. 훠궈의 빛깔이 위장을 여전히 태우고 있다. 진정 충칭의 밤이다. 

🔊 출처 :  누들푸들(http://www.noodlefoodle.com) 최종명 중국문화 전문가, 작가 및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