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년여 동안 외식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와 그에 따른 영업시간 및 인원수 제한 등 각종 제재로 인해 외식 자영업자들의 피해와 어려움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더 자주, 더 강하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식업 경영은 Q(품질), S(서비스), C(위생청결) 등 외식업의 기본과 가치(Value) 제공과 함께 위기 상황에 대한 발 빠른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즐길만한 가치 있다면 비싸도 OK

  코로나19는 소비자들의 외식행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식대신 배달음식 또는 HMR(Home Meal Replacement)에 의지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가격이 높더라도 안전한 곳에서 한 끼를 즐기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급성장했던 HMR 시장도 보다 더 고급화하고 차별화된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유명 셰프 또는 유명 맛집의 음식을 즉석조리 식품으로 제공하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또는 밀키트가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외식에 대한 니즈와 해외여행의 어려움에 대한 일종의 보복소비 현상이 프리미엄 외식으로 확대되면서 이제는 내가 경험하고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비싸더라도 언제든 이용하는 것이 지금의 외식소비 행태 중 하나다. 

  이러한 소비행태를 반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고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형태의 오마카세 요리 전문점이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요리사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과거 오마카세는 주로 스시 전문점에서 초밥을 제공하는 형태를 일컬어 왔다면 최근에는 한우, 돼지고기, 덴푸라, 파스타, 디저트, 커피 등 다양한 업종에서 오마카세 형태의 맡김차림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적 식재료와 결합한 파스타 오마카세 인기

<사진 1. 직접 제면한 면에 한국적인 소스, 

색재료를 가미해 코스로 제공하는 에비던스의 파스타 오마카세.>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스타 오마카세다. 바위 파스타바, 우오보 파스타바, 팩피 파스타바, 페리지 등 파스타바에 이어 청담동에 위치한 에비던스는 파스타에 오마카세를 접목했다. 이전에 선보였던 파스타바의 경우 대중적인 스타일의 파스타바를 지향했다면 에비던스(Evidence)는 미쉐린급 다이닝 레스토랑의 코스요리처럼 스타터와 파스타, 디저트로 구성된 풀 테이스팅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비던스에서 선보이는 메뉴들은 각각의 재료가 주는 식감이나 향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다. 특히 매일 아침 직접 제면한 면에 된장이나 간장 등 한국적인 소스를 가미해 생소하면서도 친숙한 맛을 낸다.  

  파스타는 얇은 카펠리니면에 다진 생참치를 가득 올려낸 콜드 파스타, 조개 육수와 허브 오일을 곁들인 타야린, 새우와 샬롯피클, 해초버터소스가 어우러진 먹물 스파게티, 전복과 들기름 그리고 생감태로 맛을 낸 탈리올리니, 옥수수 콘소메와 시소를 곁들인 모르타델라 쿨린조니스, 구운 닭과 능이 소스를 곁들인 탈리아텔레 등 다양하다. 메뉴는 분기마다 한번씩 재료를 변경하고 그 사이사이에 좋은 식재료가 있으면 바로 메뉴를 업데이트해 항상 조금씩 다른 버전의 파스타를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2. 에비던스를 이끄는 이태우 헤드셰프와 조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바 스타일의 실내.>

  이곳 이태우 헤드셰프가 가장 애착을 갖는 메뉴는 전복 파스타다. 전복 내장과 버터로 만든 사바용 소스에 샤프란 생선 육수와 직접 짠 들기름을 넣고, 여기에 다시마에 찐 전복과 생감태를 올려 마무리했다. 한국적인 식재료와 파스타와의 콜라보인 셈이다. 

  이처럼 파스타바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서양요리 파스타가 토마토소스, 크림소스, 올리브오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식재료와 융합해 다양한 맛을 펼쳐내 음미할 수 있도록 음식의 제공 형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커피 오마카세 코스도 이색적

<사진 3. 바리스타의 설명과 함께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보노보노의 커피 오마카세 코스.>

  이밖에도 오피스 밀집 지역인 판교에 위치한 ‘보노보노’는 커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커피 오마카세 코스는 바리스타가 들려주는 파나마 게이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 스페셜 티 원두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커피의 향과 맛을 오롯이 즐기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예약제로 진행되는 오마카세 코스는 커피마니아라면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출처 :  누들푸들 외식산업 종합경영정보지 [월간식당] 및 [식품외식경제신문] 육주희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