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한국에서 만두 문화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것만큼 난해하다. 발효된 만두류와 발효 안된 교자류를 대개 만두로 부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발효 만두를 상화로 부르다가 상화란 말이 사라지면서 만두가 발효와 비발효 만두를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대구에는 납작만두라는 기묘한 만두 문화가 있다. 납작 만두는 만두라는 본질의 문제를 묻는다. 이게 만두류에 들어갈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외관으로 보면 전병에 가깝고 양념을 쳐서 먹는 방식까지도 유사하다.

대구는 삼성전자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탄생한 곳이었고 삼성상회를 성장시킨 것은 ‘별표 국수’였을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밀가루 음식이 발달한 곳이었다. 대한민국의 분식은 1950년대 시작된 제분업과 60년대 본격화된 분식 장려 운동의 영향 아래 본격화된다. 대구의 납작 만두도 1960년대 시작되었다. 납작 만두는 ‘대구식 야채만두’로도 부른다. 납작이란 말 대신에 대구식 사투리인 ‘납짝·납딱’이란 말도 대구에서는 사용된다. 납작 만두는 ‘만두소로 돼지 비계 등 동물성 식재료를 전혀 넣지 않고, 특히 중국에서는 들어가지 않는 당면도 들어간다. 만두소의 경우 고기는 넣지 않고 오직 채소만 사용한다.’ 납작 만두의 모양은 반달형이고 이름처럼 두께가 종잇장처럼 얇다. 대구 음식문화의 산 증인인 이춘호 영남일보 기자는 “대구 분식점 주인들이 왜 그렇게 만두의 모양과 소를 파격적으로 변형시켰을까요?” 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기존 중국식 만두는 한 개만 먹으면 느끼해서 더 이상 먹기 힘듭니다. 그래서 진간장에 고춧가루 듬뿍 뿌려 찍어 먹어도 속이 시원치 않습니다. 화끈 얼큰한 경상도 기질에는 그렇게 궁합이 맞지 않는 만두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만두시장은 거의 중국에서 온 화교들이 좌지우지했습니다. 지역 토박이들은 화교들이 독점하고 있는 만두 요리술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같은 만두를 만들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대구식 만두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구 납작 만두에는 3인방이 있다. 미성당과 중구 교동시장 좌판, 중구 남문시장 내 남문납작만두다. 세 곳의 만두소의 양과 피 두께는 서로 다르다. 가장 얇은 곳은 교동시장, 그 다음은 미성당, 가장 두꺼운 곳은 남문이다. 만두소의 경우 가장 양이 많은 곳은 남문, 가장 적은 곳은 교동이다. 교동의 경우 부추와 당면만 들어가는데 대부분의 납작 만두가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1. 미성당 납작만두>

대구 납작 만두의 원조는 미성당이다. 1963년에 영업을 시작한 미성당은 여전히 성업중이다. 같은 이름의 만두 집이 있기 때문에 남산동에 있는 미성당 납작만두본점으로 가야한다. 외관과 실내가 모두 평범한 분식집 분위기다. 납작만두가 3,500원으로 싸다. 주문하면 만두를 굽는다. 납작 만두는 튀기지 않고 돼지 기름 향기가 나는 식용유로 빨리 구워야 한다. 살짝 구워진 얇은 납작 만두에 파가 들어간 간장과 고춧가루를 뿌리면 먹을 준비가 끝난다. 납작 만두는 납작하지만 만두라 소가 있다. 삶아내 잘게 자른 하얀 당면과 극소량의 부추가 만두로서의 명맥을 이어준다. 표면은 미끈하고 고소하다. 표면의 기름이 매끈함을 더해 식감이 좋다. 간장이 풍미를 올려주고 고춧가루가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시장통의 피는 대부분 풍국면이나 칠성시장에서 사오지만 미성당은 피도 직접 만든다. 

<사진 2. 남문 납작만두>

남문납작만두는 규모가 제법 크고 납작 만두와 야채만두 비빔만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납작 만두를 판다. 오픈 주방에는 납작 만두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피에 탄력을 주기 위해 강력분 3분의 1, 중력분 3분의 2를 섞은 뒤 면이 잘 터지지 않도록 면소다를 조금 첨가한 뒤 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익반죽 해 쪄낸 뒤 두꺼운 무쇠에 지져 납작 만두를 완성한다. 만두는 고소하고 부드럽다. 

<사진 3. 교동시장 납작만두>

교동시장 먹자골목의 납작 만두는 피를 거의 사온다. 만두에 쪽파, 양파, 땡초, 고춧가루를 간장에 섞은 양념장을 뿌려 먹는데 맛이 미성당이나 남문보다 강하다. 

납작 만두는 따로국밥, 찜갈비와 같이 대구 십미(十味)에도 등록된 향토 대표 음식이고 2006년에는 동원F&B에서 '새참 납작 군만두'란 이름으로 출시된 적도 있다. 쫄깃하고 얇은 만두피로 만들어 맛이 담백하고 빨리 조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04년의 돼지고기 만두소 파동 때 야채를 넣은 만두로 각광받기도 했다. 

<사진 4. 서문시장 삼각만두>

대구 최대의 시장이자 칼국수가게가 100개나 있는 서문시장에는 납작 만두에서 변형된 ‘삼각만두’가 있다. 만두 모양이 삼각형으로 생겼고 납작 만두보다 두껍고 만두소도 넉넉하게 만들었다. 굽는 것도 다른 납작 만두에 비해 불을 높여 튀기듯 한다. 중국집의 군만두를 연상케 한다. 삼각만두도 양념장을 만두 위에 뿌려 먹는데, 땡초를 많이 섞어 간이 좀 더 세고 매운맛이 더하다. 

대프리카란 이름처럼 대구는 무더운 도시다. 면류의 건조에 유리하다. 간단하게 모양을 잡고 살짝 지져낸 납작 만두에 칼칼하고 달달하고 감칠맛 나는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은 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강한 맛이다. 밀가루와 면의 도시의 특징이 납작 만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