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는 감금된 채 15년간 만두만 먹었다. 영화의 모델이 된 만두집인 장춘향은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에 있다. 차이나타운은 1884년 청국이 현재 화교중고등학교 자리에 영사관을 설치해 객주들이 몰려들면서 만들어졌다. 부산의 만두 문화는 중국식 만두와 교자의 영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고 명가들이 즐비하다. 장춘향은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6·25때 서울서 피난 온 분들이 만두ㆍ장육 두가지를 팔면서 시작된 집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올드보이'에 나왔던 군만두다. 돼지고기와 야채의 육즙을 잘 간직한 소와 잘 튀겨낸 피의 조화가 좋다. 군만두는 이제 한국 만두의 전형이 되었다. 군만두라고 읽지만 정확히는 튀긴 교자가 맞다. 발효 안된 피에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만든 음식은 중국에서는 자오쯔(餃子) 한국과 일본에서는 교자로 읽는다. 일본의 교자 발음은 한국의 교자 발음을 빌려간 것이다. 

<사진 2. 신발원의 고기만두(왼쪽)와 군만두(오른쪽)>

현재 차이나타운에는 15여곳의 중식당이 있다.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신발원이다.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신발원의 폭발적인 인기는 그리 오래 된 게 아니다. 몇 년 전에 방영된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오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1950년대 생긴 노포다. 오픈 주방이라서 만두 빚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직원이 위생캡을 착용하는 등 청결을 강조하고 종업원들도 친절하다. 이곳 만두의 소는 무, 생강, 파, 고기를 섞어 완자처럼 만들어 탄력이 있다. 육즙도 좋다. 이런 기본 소에 샤오롱바오(小龍包) 형태로 만든 건 고기만두, 교자 형태로 찐 것은 찐교자, 이걸 튀긴건 군만두로 구분해서 판다. 샤오롱바오는 복주머니 형태로 만든 발효 안된 피로 육즙과 소를 먹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남방식 자오쯔의 일종이다. 이 집의 교자류는 소와 피가 다 수준급이다. 교자류를 전부 직접 만들어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오후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단다. 신발원의 인기 때문에 기존의 만두 명가들에 손님이 별로 없어 아쉽다. 

<사진 3. 마가의 찐만두>

부산 국제신문 ‘탑쓰리’라는 코너 2020년 11월 18일 자 만두 편에는 29곳이 후보에 올랐다. 신발원이 1위 2위는 마가만두, 3위는 금용이 각각 차지했다. 신발원 근처의 마가만두도 6·25전쟁 때 부산에 자리를 잡은 이래 70년째 차이나타운을 지키고 있다. 이 집의 찐만두는 필자 판단에 부산의 탑이다. 육즙과 고기와 익반죽한 피의 조화가 최고다. 만두피가 비칠 정도로 얇고 부드러운 피가 소와 한 몸처럼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돼지고기와 배추 고추 대파 등을 다져서 하루 이상 숙성한 소도 피만큼 안정적이다. 7, 8분 쪄낸다. 부산 차이나타운의 만두 반찬의 공통점은 오이채에 오향장육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는 것이다. 진한 만두 육수와 고기를 시소처럼 개운하게 잡아준다. 차이나타운 입구에는 지금의 신발원 같은 인기를 누렸던 홍성방도 있다. 

<사진 4. 금용의 물만두와 찐만두>

금용은 차이나타운에 있지 않다. 구포역 앞에 있다. 입구에 금용이란 간판 옆에 ‘SINCE 1960, 산동 교자전문점’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중국에서도 교자의 본 고장은 산둥(山東)이고 한국 화교의 대부분이 산둥 사람이다. 금용의 메뉴는 부산 사람들의 최고의 중식당 술안주 오향장육과 교자류가 전부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증거다. 오후 3시경에 테이블이 반쯤 차 있다. 아저씨들이 오향장육과 만두에 술을 마시고 있다. 찐만두는 다른 곳의 만두보다 소의 피가 얇고 작다. 한 입 베어 물면 풍부한 향이 육즙과 함께 베어 나온다. 소는 ‘대파를 넣고 쪄낸 돼지껍질과 사태, 소꼬리 살로’ 만들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는 것은 한국 산둥 화교들의 알려진 비법 중 하나다. 돼지고기를 낯설어했던 한국인을 위한 레시피다. 강력분을 이용해 만든 피에서 밀가루 고유의 향도 풍긴다. 산둥 사람들이나 중국분들은 한국처럼 쫄깃한 피나 숙성이 오랜 반죽 보다는 이런 상태를 즐긴다. 코로나 이전에는 평일에는 2,000개 주말에는 4,000개를 팔았다고 한다. 

<사진 5. 편의방의 삼선만두>

영남대병원 근처의 편의방은 신발원과 더불어 방송에 나오면서 가장 핫한 교자집이 되었다. 찐만두, 군만두, 생선물만두, 삼선만두, 탕수군만두, 깐풍군만두 등 독특한 소를 넣은 만두를 판다. 피는 반죽 기계도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치대고 홍두깨로 두드린 반죽을 10시간 숙성시킨후 다시 두드려 만든다. 숙성이 좋고 쫄깃함도 수준급이다. 만두소의 핵심은 돼지 앞다릿리살이다. 여기에 무말랭이, 배추, 대파, 부추를 섞어 찐만두와 군만두는 이 소 그대로 나머지 만두는 다양한 재료를 섞어 쓴다. 이 집을 유명하게 만두인 삼선만두는 크고 아름답다. 기본 소에 새우와 버섯이 곁들여 있다. 육즙과 재료의 신선함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엄청난 크기의 양도 봄날 바람처럼 정겹다. 부산의 중국식 만두라 불리는 교자는 다양하고 푸짐하고 맛있다. 부산을 교자의 저수지라 불러도 아깝지 않다.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