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사진 1. 최근 오픈해 눈길을 끌고 있는 비건 파인다이닝 포리스트 키친과 

채식 중식당 알트에이의 메뉴들>

  10월 1일은 세계 채식인의 날이다. 낯선 맛의 실험실 고기에 놀라고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채식 버거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이 불과 3~4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짜장면에서 12개 코스를 내놓는 비건 컨템포러리 다이닝까지 비건 레스토랑의 경계가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탄소배출량과 동물권 보호, 지속가능성 등이 전세계 라이프스타일의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부터 건강식에 관심이 높은 50대 이상의 시니어 세대까지 채식을 경험하고 즐기려는 소비 요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KB국민카드가 최근 신용카드-체크카드 매출데이터와 2022년 1~8월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품목 데이터를 활용해 비건 전문 음식점 가맹점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에 비해 베이커리 전문점은 391%, 레스토랑은 338% 증가했다.  

  서울시가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식품안전정보에는 채식음식점이 900여 개에 육박하고, 10월 6일까지 열리는 서울 미식 주간엔 채식 식당이 9곳이나 참여했다. 농심, 풀무원 등 식품기업이 비건 전문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채식 팝업 레스토랑으로 동참하고 있다. 채식주의 유형에 따라 기존 메뉴에 채식 옵션을 추가하는 레스토랑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체육을 이용한 버거나 샌드위치부터 채식 샐러드, 사찰음식, 유제품을 넣지 않은 디저트는 기본이고 비건 와인, 비건 칵테일을 곁들이는 아시안 퀴진 및 파인 다이닝까지 비건 전문 메뉴 역시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픈하는 비건 레스토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기맛’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대체육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고기맛’이 중심이 아니라 음식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본연의 가치와 스토리텔링에 충실하다. 이러한 전략은 채식주의와 채식주의가 아닌 소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비건 컨템포러리 다이닝 

'포리스트 키친'

<사진 2. 나무와 숲, 그리고 그린을 모티브로 한 포리스트 키친의 내부 모습>

  식품기업 농심이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비건 컨템포러리 다이닝 <포리스트 키친>은 여러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비건을 파인 다이닝으로 풀어낸 점, 독자적인 공법으로 개발한 대체육류를 이용하지만 ‘고기맛’보다 지역 농가가 생산한 제철 채소 등 식재료 본연의 맛을 부각시킨 점, 비건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방문률이 높은 점 등 채식 레스토랑이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메뉴는 런치(7코스), 디너(10코스) 모두 비건이다. 파스타, 스테이크 등 메인 요리에는 농심이 개발한 대체육을 이용한다.  

<사진 3. 포리스트키친의 보태니컬 테이스팅 코스(Botanical Tasting Course)의 

12개 코스인 작은숲, 메밀, 두백감자, 토마토, 밤, 허브, 가지, 오이, 야생버섯, 해초, 복숭아, 무화과>

  최근에는 미슐랭 그린스타에 선정된 비건 레스토랑 허머스앤홀텐스(Humus Hortens)의 니콜라스 디클로트 셰프와 협업으로 보태니컬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였다. 포리스트 키친의 시그니쳐로 한 폭의 숲 상자에 제철 채소를 이용한 한입 음식들이 담겨 나오는 ‘작은숲’과 세모가사리와 버섯, 누룽지, 배추 등으로 요리해 따듯한 숭늉이 생각나는 ‘해초’, 풍부한 향과 식감의 ‘야생버섯’의 기존 3개 메뉴에 메밀, 두백감자, 토마토, 밤, 허브, 가지, 오이, 복숭아, 무화과 등 니콜라스 셰프의 9개 메뉴를 더해 12코스를 제공했다. 주요 식재료에 다양한 식용 꽃과 허브를 넣은 소스를 이용해 2시간 동안 입안에서는 비건의 ‘향연’이 이어진다.  

이태원의 채식 중식당

'알트에이'

<사진 4. 알트에이 이태원점의 외부와 모기업 알티스트의 제품을 전시한 내부>

  <알트에이>는 식물성 대체식품 기업인 알티스트의 비건 레스토랑 브랜드로 이태원점에 이어 도산공원점이 오픈 준비 중이다. 이태원점은 미국식 중식을 비건으로 선보이는 카무플라주와 비건 베이커리 빵어니스타 등이 근거리에 들어서 있는 엔틱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라탄과 목재를 이용한 아시안 그린 인테리어에 플랜트 베이스(Plant based)의 아시안 퀴진을 표방하는데 메뉴들의 면면을 보면 비건 중식 레스토랑에 가깝다.  

<사진 5. 대체육을 이용해 만든 알트에이의 된장짜장면, 매운 버섯 짬뽕, 탕수육>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깐풍육 등을 비롯한 중식 비건 메뉴와 식물성 참치로 만든 바게트 샐러드나 까나페 등을 연태고량주나 비건 와인, 칵테일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메뉴는 대체육 제조에 대한 내공이 있는 모기업인 알티스트가 생산하는 대체육과 비건 식재료를 기반으로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주고 맛을 강조해야 할지를 덤덤하게 구현했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된장짜장면은 볶은 양파의 달달함과 된장소스의 조합이 의외로 좋다. 달달하고 새콤하면서 짭짤한 소스 때문인지 된장비빔밥을 먹는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토르띠야 위에 대체육 튀김을 올리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올린 탕수육, 큼지막한 대체육과 버섯, 채소가 들어간 매콤한 짬뽕은 고기나 해산물로 육수를 내지 않고도 시원한 맛을 낸다. 알트에이의 메뉴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캐주얼 채식 레스토랑

'플랜트'

<사진 6. 플랜트 연남점의 머쉬룸버거와 후무스단호박샐러드>

  채식 레스토랑 중 가장 접근이 쉬운 메뉴들을 제공하는 곳이 <플랜트>다. 이태원점과 연남점 2개 매장으로 운영되는 플랜트는 샐러드, 샌드위치, 파스타, 버거에서 베이커리,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캐주얼 비건 레스토랑이다. 채식주의 성향에서 비건은 버터, 우유, 계란, 유제품 등 동물에서 기인한 모든 식재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단계다. 플랜트는 음식과 음료 메뉴 전체를 비건으로 제공하는데 채식주의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후무스 단호박 샐러드와 머쉬룸 버거다. 후무스 단호박 샐러드는 노란색 병아리콩을 으깨서 올리브오일과 레몬즙 등을 넣어 만든 후무스에 단호박과 견과류, 다양한 채소, 구운 곡물빵을 곁들여 낸다. 머쉬룸 버거는 수재 채소패티에 큼지막한 버섯, 크림소스로 맛을 냈다. 리가토니 포모도로 등 대체육을 이용한 메뉴들을 적절하게 구성했지만 역시 ‘고기맛’보다 ‘맛있는’ 음식에 중점을 두어 홍대와 연남동 인근의 MZ세대들이 편하게 찾는다. 

🔊 출처 :  누들푸들 외식산업 종합경영정보지 [월간식당] 및 [식품외식경제신문] 육주희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