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감각적이고 새로운 경험으로 진화하는 '제로웨이스트'

  ‘지속가능한 미래’, ESG 경영을 위한 제로웨이스트가 전세계적, 전 산업적인 ‘필요’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 지구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공간, 메뉴, 서비스 등 유럽과 미국의 레스토랑 및 셰프들의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노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는 감량, 재사용, 업사이클링, 비건, 로컬 등의 형태로 제로웨이스트 담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서울, 카페 중심으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사진 1. 점점점점점점의 내부와 카페 얼스어스의 외관 및 메뉴, 

제스트의 제로웨이스트 칵테일 메뉴. >

  제로웨이스트 실천 사례를 보면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초콜릿 무스, 감자 껍질 아이스크림, 비닐봉지를 업사이클링한 접시 등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외식업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레스토랑 ‘점점점점점점’, 카페 ‘얼스어스’, 칵테일 바 ‘제스트’처럼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실행’ 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제로웨이스트를 트렌드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MZ세대가 즐겨 찾는 힙한 상권에 위치하고 ‘감수해야 할 불편함’보다 더 수준 높은 맛과 분위기, 스타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가 ‘불편’과 ‘희생’의 아이템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새로운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원순환 인테리어 레스토랑

'점점점점점점'

<사진 2. 제로웨이스트를 서비스 공간에 적용한 레스토랑 점점점점점점.>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점점점점점점(……)은 폐 알루미늄을 뭉친 큐브로 만든 벽과 스테인리스 수전, 폐 목재로 만든 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패브릭 키친크로스가 눈길을 끄는 비건 레스토랑이다. 간판도 없고 문의 손잡이도 없다. 검정색 얇은 보드에 흰색의 큐알코드가 매장 외부에서 이곳을 설명하는 유일한 사인이다. 인테리어는 복잡한 가공이나 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폐알루미늄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폐알루미늄이 철거 후에도 어디선가 그대로 재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점점점점점점이라는 이름처럼 시작과 과정, 끝이 이어진다. 우주와 미래 과학을 연상시키는 알루미늄 큐브 벽과 자연스럽고 감각적인 비건 메뉴의 조합 역시 매력적이다. 스토리를 살린 여섯 가지 메뉴와 세가지 찬을 코스로 즐기는 점심 메뉴와 각각의 메뉴를 단품으로 즐기는 디너 메뉴는 퓨전 한식이 콘셉트다. 사과를 품은 두부, 차가운 바다 파스타, 오과정 당근과 야채 볶음면 등 익숙한 요리를 컬러감 있게 접시 위에 펼쳐놓은 것 역시 남다른 감각이 돋보인다. 한글맞춤법상 6개의 점은 말 줄임표다. ‘감량’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하는 듯하다.  

<사진 3. 점점점점점점의 메뉴. 

차가운 바다 파스타, 구운 무를 올린 씨앗덮밥, 비벼먹는 고명칼국수. >

플라스틱이 없는 카페

'얼스어스'

<사진 4.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은 얼스어스의 내외부. >

  간판이 없다. 하얀 벽에 작고 까만 글씨로 쓰인 ‘earth us(얼스어스)’가 익스테리어의 전부다. 인테리어에도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다. 재사용일 것 같은 레트로 스타일의 목재 테이블과 의자, 전등, 쇼케이스, 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테이크 아웃이 불가다. 흔한 냅킨조차 없다. 그런데 감각적인 잔에 담긴 음료는 달콤하고, 작고 예쁜 케이크는 부드럽고 향기롭다. 은은한 조명아래 완성되는 나만의 테이블은 아늑하다. 소비자에게 없는 것, 안되는 것이 많아 불편한 카페라고 생각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용기에 초당옥수수케이크를 담아가고 텀블러에 음료를 가져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소비자에게 얼스어스는 새로운 경험, 맛, 분위기, 스타일을 즐기면서 덤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심리적 자부심까지 얻을 수 있는 카페인 셈이다. 2017년 연남동에 오픈한 얼스어스는 올해로 5년차 제로웨이스트 카페다. 현재는 서촌점과 함께 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두 곳 모두 MZ세대가 많이 찾는 젊은 상권으로 주요 소비자 역시 이들이다. 패브릭 가방에서 자연스럽게 밀폐용기를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고, 텀블러를 직원에게 건네는 모습이 익숙해 보인다.  

<사진 5. 플라스틱과 1회용품이 없는 내부. 

메뉴북으로 사용되는 거울과 스테인리스 차망. 접시 위의 케이크. >

제로웨이스트 바

'제스트(zest korea)'

<사진 6. 제스트는 테이블에선 1회용 대신 패브릭 물수건을, 

화장실에선 수건과 리필 클린저를 사용한다. >

  청담동의 ‘힐(hill)’ 바로 아래에 있는 제스트는 제로웨이스트 바다. 시트러스의 껍질을 뜻하는 ‘제스트(Zest)’에 제로웨이스트의 의미를 더해 브랜드를 만들었단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코리아 파인 드링킹 바’라는 슬로건은 제스트의 전부를 표현한다. 인테리어는 나무와 돌, 흙 등을 이용해 자연친화적으로 구성하고, 칵테일과 안주는 로컬 식재료로 한국적 콘셉트의 수준 높은 메뉴를 구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재료를 ‘ZERO’화 한다. 진, 탄산수, 토닉워터, 내추럴 콜라 등을 직접 제조해 캔과 페트병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과일껍질 등 사용하고 남은 재료는 건조, 침출, 발효, 증류 등의 방법으로 다시 칵테일 베이스나 토핑, 샥슈카, 브루스케타 등 안주의 소스로 푸드 업사이클링을 한다. 시그니처 메뉴인 Z&T 역시 계절 과일로 만든 수제 진에 역시 수제 토닉워터를 섞고, 참외 껍질로 장식을 했다. 버린 것도, 버려진 것도 전혀 없는데다 계절마다 다른 맛과 향, 느낌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제주 감귤과 당근, 도시양봉 꿀 등 로컬 식재료를 쓰고 소이 캐러멜과 식혜에 간장과 유기농 곡주를 콜라보 하는 등 한국적 정서를 그대로 담은 칵테일도 눈길을 끈다. 이런 재료들을 일일이 만들고 저장하는 식재료 연구소 분위기를 내는 공간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외식업에 필요한 기본에 더해 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 푸드 업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철학, 인력이 추가돼야 한다. 제스트 역시 2배의 인원이 홀과 식재료 연구소 같은 공간을 오가며 일을 한다.  

<사진 7. 제스트의 시그니처인 Z&T와 제주가리발디. 

바 테이블 옆엔 식재료를 연구하고 제조하는 별도 공간이 마련돼 있다. >

🔊 출처 :  누들푸들 외식산업 종합경영정보지 [월간식당] 및 [식품외식경제신문] 육주희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