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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떫은맛의 비밀

  • 작성자 농심몰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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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12-14 17: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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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도토리>


  미국에는 도토리가 그 지역에 많다고 하여 이름을 에이콘(Acorn)이라 명명한 도시가 있다. 이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유학시절을 보냈는데, 학교 내 가로수 열매인 왕도토리는 엄지손가락보다 커서 30분만 지나도 거의 60kg 정도를 주워 담을 수 있었다. 이것을 주워서 이웃 도시에 사시는 교포 할머니께 갖다드리면 묵을 만들어 주셔서 친구들과 함께 포도주 안주로 한 판이나 되는 많은 양의 묵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고국에서 먹던 맛과는 달리 아리고 씁쓸했지만 교포 할머니께서 고생해서 만들어주신 음식이기에 버릴 수가 없어 많은 양을 억지로 먹고는 혼 줄 난적이 있다. 아마도 묵을 포도주와 함께 먹으면서 타닌(Tannin)의 섭취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도토리에는 탄수화물인 녹말이 많이 들어 있지만, 다른 짐승들이 씨앗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맛이 무척 쓰고 아린 떫은맛을 가진 타닌을 만들어 보호하였다. 이러한 도토리를 좋아하는 것은 씁쓸한 떫은맛에 적응한 다람쥐나 멧돼지 같은 짐승이나 곤충들밖에는 없다. 특별히 도토리나무가 무성한 밭에서 야생도토리와 올리브, 유채꽃, 허브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돼지들도 도토리를 좋아한다.  


  타닌이 물에 녹는 수용성이라 도토리를 갈아서 물에 여러 번 침전시키면 타닌이 제거되어 그 씁쓸한 떫은맛을 어느 정도는 제거할 수 있다. 보통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도토리묵을 제조한다.  


  단맛이나 신맛, 쓴맛 혹은 짠맛이나 감칠맛은 미뢰 속의 맛 수용체 세포가 맛 물질을 수용하면서 생기는 신호를 미각중추를 거쳐 뇌로 전달하여 느껴지게 된다. 이와 달리 떫은맛은 맛 수용체가 아닌 미뢰 주변의 체성감각신경의 말단을 자극함으로써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혀 점막이 수축할 때 유발되는 미각으로 ‘쪼그라듦’, ‘수렴성’, ‘입이 마름’ 등을 의미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떫은맛은 특정 성분이 입안 점막 표면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변성을 일으켜 입 속 표면을 거칠고 마르게 만들기 때문에 입안 전체에 무엇인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온다. 식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향미의 여운이 일시에 단절되고 껄끄러운 막과 같은 것이 혀를 뒤덮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다 보니 미각신경의 말초를 마비시키듯 자극이 일어나고, 우리의 뇌는 그것을 떫은맛으로 인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떫은맛은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맛이긴 하지만, 이 떫은맛을 곁들이는 경우 독특한 맛을 내어 색다른 미각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떫은맛은 타닌 외에도 철이나 구리 등의 금속류와 알데히드 등이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생강의 시네올(Cineol), 메밀의 루틴(Rutin), 커리의 커큐민(Curcumin), 초콜릿의 카카오매스(Cacaomass), 가지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 두부의 이소플라본(Isoflavone), 양파의 퀘르세틴(Quercetin) 등의 폴리페놀 성분도 약한 떫은맛을 일으킨다. 맥주의 쓰고 떫은 느낌은 잔토휴몰(Xanthohumol)에서 비롯된다.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은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으로 원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카페익산(Caffeic acid)과 퀸 산(Quinic acid)으로 분리되는데 떫은맛보다는 오히려 커피 본연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쓴맛에 기여한다. 커피에서는 무엇보다도 쓴맛과 떫은맛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쓴맛은 말 그대로 맛이고, 떫은맛은 일종의 자극을 말한다. 쓴맛은 맛 수용체 결합에 따른 신경전달이기 때문에 물을 마시거나 단맛이 제공되면 희석되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떫은맛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혀에 눌러 앉은 채 커피가 제공하는 좋은 향미들을 모두 쫓아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떫은맛을 느끼게 되는 순간 다른 향미의 여운도 금세 끊어지고 향기도 입체감을 잃어버리고 만다. 커피 맛은 한마디로 밋밋하게 되고 만다.  


  덜 익은 감이나, 배, 포도 등과 같은 과일이나 녹차와 같은 차에서 나는 떫은맛은 타닌과 카테킨(Catechin)에서 주로 기인하는 반면 마른 생선이 오래되어 생기는 떫은맛은 지방이 산패하여 생기는 유리지방산과 알데히드(Aldehyde) 때문이다. 과일의 경우 이런 떫은맛은 과일이 숙성되어 가면서 차츰 그 정도가 줄어든다. 감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은 가용성 타닌으로 과실 중에 0.5% 이상 함유될 때 혀를 자극하여 떫은맛을 느끼게 한다. 과일 속에는 향기물질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다. 이 성분이 가용성 타닌과 반응을 하면 가용성 타닌의 분자량 크기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으로 분자량의 크기가 큰 불용성 타닌으로 변하면서 혀를 자극할 수 없게 되어 떫은맛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거의 없는 채소 등에서는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이와 같은 변화가 발견되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신 뒤 숙취해소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을 먹게 되는데 이것도 숙취의 주요 요인 성분이라 할 수 있는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타닌과 반응하여 불용성 타닌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낮아져 숙취해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녹차의 경우 차를 오래 우려낼수록 타닌성분이 많이 추출되어 떫은맛의 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 성분은 타닌 계통의 성분으로 항산화성을 가지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산은 치아의 표면을 덮는 물질인 에나멜 형성을 도와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비만 관리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최효경 선임연구원 팀이 떪은 맛을 내는 성분인 타닌산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 떪은 맛을 내는 성분인 타닌산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및 비만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감 1개 당 약 0.008%~1.94%의 수용성 타닌이 함유되어 있는데 타닌은 혈관의 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며 지방간 억제 및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백색 지방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체중 증가량도 67.2% 줄었고, 혈액 내 중성지방 함유량 증가량도 22.8%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타닌산 성분이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시키는 인자인 p300 단백질의 활성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지방 축적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억제되어 타닌산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억제 효과가 있었음을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조절 관점에서 밝힌 바 있다.  


  포도주의 경우 떫은맛이 나는 것은 주로 적포도주이고 백포도주는 떫은맛이 적고 달달하다. 이는 포도껍질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의 타닌 성분이 청포도에는 적기 때문이다. 포도뿐만 아니라 많은 식물체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자신을 해치려는 미생물이나 곤충 또는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싫어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어 그 물질로 자신을 보호하는데 그중 하나가 폴리페놀 성분이다. 포도나 감과는 달리 도토리나 밤, 땅콩, 호두 등의 겨우 외피는 매우 단단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외피를 벗기고 나면 비교적 얇은 내피로 덮여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 내피를 벗긴 후 음식으로 많이 섭취를 하는데 사실 이 내피에는 타닌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항산화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내피를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타닌이 많이 함유된 도토리나 밤의 경우 내피를 완전히 제거한 후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껍질 속에는 식물 자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 인간에게 접근하는 해로운 것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  


  적포도주는 이런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포도껍질과 함께 포도주를 만들기 때문에 폴리페놀 물질이 많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이 떫은맛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타닌 성분이 고기의 단백질과 지방과 만나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감춰주고 아울러 기름기가 포도주의 떫은맛을 감소시켜 음식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적포도주의 타닌성분이 생선과 해물의 짭짤한 맛과 만나면 떫은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 좋은 궁합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생선요리에는 적포도주보다 백포도주를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 중 매콤한 맛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고춧가루 같은 양념으로 생선을 조리한 경우라면 얼얼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적포도주를 선택할 수도 있다.  


  포도주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은 온도가 내려가면 더 많이 감지되어 떫은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적포도주는 타닌이 더 많이 함유돼 있어 백포도주보다 떫은맛이 훨씬 강하다. 적포도주를 차게 마시면 떨떠름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적포도주는 보통 16~19도에서 즐기는 것이 좋다.  


  타닌 성분은 포도주의 색깔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주를 제조하는 과정 중 포도를 으깨서 껍질, 씨, 줄기 등과 함께 우려내는 시기가 길어지면 붉은색이 진해지고 타닌이 많이 추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과정의 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포도주 제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포도의 수확은 포도 속 당분이 얼마나 많은지로 결정을 해 왔지만 이제는 점차 폴리페놀의 숙성도를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맛으로만 알려진 떫은맛 성분이 시각적인 효과가 있는 색깔과 더불어 다른 음식과의 궁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음식의 제 맛을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떫은맛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 출처 :  누들푸들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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