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요즈음은 전국 어디를 가나 깨끗한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어 정말로 편하기 그지없고 외국인들에게도 자랑할 만한 곳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4~50년 전 만해도 시골은 물론 도시의 화장실도 깨끗하지 않고 통풍이 잘 되지 않아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오래 머무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렇게 독한 암모니아 냄새도 매우 적은 양으로 희석되면 향수처럼 은은한 멋진 향을 제공한다. 똑같은 물질이라도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괴로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해당 물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양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 하기도 하고 또 역겨워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30여 년 전 태릉골 주변에는 돼지갈비집이 유난히도 많았다. 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무렵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다 보면 버스 안에까지 퍼지는 돼지고기 굽는 냄새에 입맛을 다시곤 하였다. 매일 이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돼지갈비 냄새를 맡으면서 퇴근하는 길은 행복하기조차 하였다. 그러다 학교 옆에 사시던 교수님 댁을 방문하여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행복하였던 돼지갈비의 냄새가 교수님댁에도 전달되고 있어 ‘매일 이렇게 돼지갈비 냄새를 맡으며 식사를 하시니 좋으시겠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만 그게 아니란다. ‘점심시간부터 시작한 냄새가 거의 자정까지 계속되다보니 반갑지가 않고 괴롭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 년 내내 매일같이 맡아가며 살아보란다.’ 이 냄새 때문에 집값도 말이 아니며 이사 오려는 사람들도 없다고 하였다. 향기롭게만 느꼈던 퇴근길 잠깐의 돼지갈비 냄새는 이곳 주변의 가정집에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 1. 생활 오염으로 인한 악취 발생>

  우리가 아파트촌에 모여서 살지 않고 여기 저기 흩어져 살면서 고기도 자주 못 먹던 시절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면서부터 점차 발생하고 있다. 이런 냄새 뿐 아니라 생활오수, 음식쓰레기로 인하여 정화조를 운영하는 주변에서 나는 냄새, 각종 폐수처리장에서 나는 악취들이 점차 이웃들에게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량 공급을 위해 집단으로 키우는 양계장이나 소, 돼지, 축산농가의 분뇨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스, 계란 썩은 냄새인 황화수소와 가축들의 방귀로 방출되는 메탄가스 문제는 사람 뿐 아니라 동물들의 스트레스도 높이고 있다. 농장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비위생적인 요인들이 이들 가축을 먹어 해치우는 사람들에게도 악취가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가급적 주택가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키울 수밖에 없다. 

  최근 식생활의 변화와 수입고기의 급격한 증가로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음식물을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냄새들도 함께 생활악취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런 생활쓰레기와 악취발생의 문제가 최근 더욱 더 불거지고 있어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닭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동남아시아도 양계장의 악취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싱가포르의 한 업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양계장에서 발생하는 축산 분뇨를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악취 저감화를 시도하였고 이 과정에서 고부가가치의 부산물을 별도로 생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물론 생활악취가 발효공법만의 문제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고, 화학약품처리법이나 저온 플라즈 방법을 이용하여 냄새성분을 파괴시키는 방법, 또는 음식점 등에서는 환기 덕트와 함께 전기 집진, 여과 집진 등을 통해 악취의 일부분을 저감화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잘 운영해 나갈 것이냐 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음식점에 설치된 환기 덕트도 설치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10여 년 전 국내 대기업과 함께 새로운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안에 플라즈마를 유발하는 장치를 만들어 전기가 방전을 하면서 오븐 안에서 조리중 발생하였던 생선냄새를 비롯한 각종 역겨운 음식 냄새성분을 파괴시켜 집안에서도 쾌적하게 조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장치는 성공을 하였지만 가격 부담이 커서 일반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좋은 결실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문제이며, 과학적으로 해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식품공학자들이 해결해야할 사항이다. 그리고 자발적인 사업장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새롭게 신설되는 사업체는 자발적으로 악취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돼지 갈비 집에서 회식을 하고 돌아오면 집사람은 금방 ‘오늘 저녁 돼지고기 먹었구나!’ 하고 응수를 할 정도였다. 이는 돼지고기를 구우면서 발생한 고기 굽는 냄새가 옷에 흡착하여 쉽게 제거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조리중에 냄새가 많이 나는 경우 음식점에서 환풍기를 틀어 냄새를 밖으로 배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음식점은 쾌적할는지 모르나 음식점 주변의 이웃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욕의 꽃(Cote)이라는 이름의 한국음식점이 미쉐린 스타 하나를 받았다. 이곳은 음식도 한국적으로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테이블마다 갈비를 구울 적에 발생되는 냄새를 빨아들여 제거하는 장치로 4천불이상 되는 것을 4군데나 설치하여 한국음식을 먹고 난 뒤에 갈비 냄새가 옷에 베이지 않도록 배려를 하였다는 것이다. 갈비냄새 성분을 4군데의 흡입장치가 빨아드려 흡착시켜 줌으로써 쾌적한 분위기를 창출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손님을 위하고, 주민을 위하는 노력을 업체나 음식점이 스스로 해 나갈 때 우리 주변의 악취가 저감화 되면서 점차 악취에서 향기로움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다고 여겨진다.  

🔊 출처 :  누들푸들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