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후쿠오카(福岡)는 일본 변방에 위치한 라멘의 중심지다.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치란(一蘭), 잇푸도(一風堂) 라멘도 다 후쿠오카에서 시작되었다. 인구 510만 정도의 후쿠오카현에 라멘 가게가 2,000여 개에 이른다. 후쿠오카의 라멘은 후쿠오카시의 다른 이름인 하카타(博多)란 이름을 붙인다. 하카타 라멘은 다른 지역의 라멘 국물이 닭고기나 돼지고기 베이스에 소유(간장), 미소(된장), 시오(소금)로 간을 해 육수를 만드는 것과 달리 돈코츠(とんこつ(豚骨), 돼지뼈)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돈코츠라멘으로 부른다. 거기에 면발이 아주 얇은 것을 사용해 일찍 불기 때문에 면의 양을 1인분에 110g 정도로 주고 면을 추가해 먹는 카에다마(替え玉) 문화가 확립되었다. 얇은 면 때문에 라멘 가게에 들어가면 주문시에 면의 상태를 묻는 경우가 많다. 딱딱한 면발은 카타(딱딱함) 부드러운 면은 야와, 그리고 후츠(보통)으로 구분하지만 요즘은 면을 단단하게 먹는 사람들이 많아 카타카타(아주 딱딱)이나 아예 나마(생)으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하카타 라멘의 주역인 돈코츠 라멘의 발생지는 후쿠오카현의 후쿠오카시가 아니라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구루메(久留米)시다.  

<사진 1. JR구루메역 앞의 돈코츠라멘의발상지 조형물>

  JR 구르메역에 내리면 돈코츠 라멘의 발생지라는 구조물과 설명이 있다. 라멘이 서민의 음식임을 상징하듯 구조물은 야타이(屋台, 포장마차)의 형상을 하고 있다. 돈코츠라멘은 1937년 구루메·메이지도리의 포장마차 '난징센냥(南京千両)'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우동 포장마차 타누키(たぬき)를 운영하고 있던 난징센냥의 초대 사장은 도쿄, 요코하마에서 유행하고 있던 라멘인 시나소바(支那そば) 와 자신의 출신지인 나가사키의 짬뽕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치쿠고(筑後) 지역의 중화요리점의 코우카로우(光華楼, 1917년 창업)의 음식을 연구해 당시 닭보다 비교적 저렴했던 돼지뼈에 착안해 국물을 만들어냈다. 난징센냥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중국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난징센양의 돈코츠 라멘은 좀 평범한 편이다.  

<사진 2. 난징센양 입구의 노렌(のれん)과 라멘>

  초기의 난징센양의 돈코츠라멘은 지금처럼 탁한 국물이 아니었다. 지금의 탁한 돈코츠 국물은 1947년에 구루메에서 개업한 산구(三九)에서 만들어졌다. 주인이 수프를 올리고 외출후 돌아와 보니 저절로 만들어진 새하얀 국물을 다시 끓일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양념을 해서 낸 게 의외로 감칠맛이 강하게 나면서 맛있었다. 이후 탁한 국물을 계속하게 되었고 금방 근처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구수한 감칠맛이 특징인 하얀 돼지 뼈 국물인 하쿠다쿠 돈코츠(白濁豚骨)라멘은 이후 국도 3호의 장거리 버스 기사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를 국도계라멘(코쿠도오케에 라멘 国道系ラーメン)이라 부른다. 지금도 구루메 역에서 택시로 10여분 거리의 3번 국도에 1958년에 창업한 마루호시(丸星)라멘이 성업 중이다. 가게 앞 횡단 보도에 서니 지나가던 트럭들이 자동적으로 차를 멈춘다. 마루호시 라멘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게 안은 라멘 가게라기 보다는 트럭 기사들의 휴게소 같다. 가게 건너편 주차장에는 ‘빠르고(早い)、맛있고(旨い)、싼(安い)이라는 마루호시 라멘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토가 써 있다. 라멘 가격은 500엔(5천원)으로 역시 싸다. 테이블 입구에 닭다리 조림, 삶은 계란, 오뎅, 국물, 반찬이 놓여있는데 무료다. 기사들을 위한 따듯한 마음이 전해지는 음식들이다. 라멘은 돈코츠 국물에 된장을 풀고 챠슈와 파, 김 한 장을 올렸다. 기름지고 풍성한 맛이다.  

<사진 3. 마루호시(丸星) 식당의 외관, 마루호시 라멘, 공짜음식>

  국도계 식당과는 다른 요리를 라멘과 함께 파는 식당계(쇼쿠도케이, 食堂系) 라멘 집들도 구루메에서 시작되었다. 1968년에 창업한 마루요시쇼쿠도(丸好食堂)가 가장 유명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넓은 실내에 교자, 야키니쿠(불고기), 호르몬(내장 요리) 같은 다양한 안주와 라멘, 챠한(볶음밥)같은 식사류를 같이 판다. 라멘을 시키니 돼지고기를 원형으로 예쁘게 말고 얇게 썰어낸 챠슈와 기름기가 풍성해 고소하면서도 냄새가 나지 않는 국물, 둥글고 세밀하게 썰어낸 작은 파와 일본에서는 드문 완숙 계란 반 개와 김이 함께 나온다. 얇고 고들고들한 면발과 고소한 국물이 잘 맞는다. 그리고 이 집의 명물 볶음밥을 같이 먹는다. 밥알은 알이 살아있지만 딱딱하지 않다. 계란, 햄, 파 향이 밥알에 잘 베어 있다. 동행한 츠지 요리학교를 나와 한국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셰프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국의 단백질이 많은 단단한 쌀로는 낼 수 없는 식감과 재료의 결합이다. 배가 불러오는데 맛이 더 느껴질 정도다.  

<사진 4. 마루요시(丸好食堂) 식당의 외관, 내부, 라멘 및 볶음밥>

  구루메의 마지막 방문 식당은 맛으로 돈코츠 라멘을 전국에 알린 타이호(大砲)라멘이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타이호 라멘은 학생들의 라멘집으로도 유명하다. 실내에는 라멘집으론 드물게 여학생들이 많다. 타이호 라멘의 국물은 단 맛이 나면서도 부드럽고 냄새가 없다. 돈코츠라멘의 국물 내는 방식은 재료를 한번에 끓여내는 토리키리(取りきり) 방식과 이전의 스프에 새롭게 재료를 넣어 만드는 요비모도시(呼び戻し)로 나뉜다. 타이호라멘은 요비모도시 방식의 창안 식당이다. 육수에 얹어 나오는 기름도 돼지기름을 튀긴 것이라 마이야르 반응에 의한 은은한 쓴맛이 돈코츠 국물을 더 풍부하게 한다. 후쿠오카 특유한 라멘 문화인 면을 추가해 먹는 카에다마 방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돈카츠 라멘의 형식과 맛의 완성은 구루메에서 만들어져 돈코츠 라멘으로 이름이 붙고 하카타를 거쳐 전국적인 음식이 되었다.  

<사진 5. 타이호(大砲) 식당의 외관, 타이호라멘, 한입교자>

🚩 구루메 라멘🍜 식당 정보 

1. 마루호시 라멘 (丸星ラーメン) / 주소: 福岡県久留米市高野2-7-27 / 전화: 0942-33-6440 / 영업: 8:00〜21:00 / 휴무: 2, 4 목요일  

2. 마루요시 식당 (丸好食堂) / 주소: 福岡県久留米市安武町3057 / 전화: 0942-26-2331 / 영업: 11:00〜21:00 / 휴무: 일요일  

3. 구루메 타이호 라멘 아이키와점 (久留米大砲ラーメン 合川店) / 주소: 福岡県久留米市新合川1-4-43 / 전화: 0942-44-1116 / 영업: 11:00〜22:00 / 휴무: 없음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