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몰

농심은 올해 7월 20일 ‘신라면볶음면’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한다. 한민족은 국물의 민족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국물 없는 면류에 대한 기호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 라멘의 일종인 마제소바가 그 중심에 있다. 마제소바(まぜそば)는 비벼 먹는(まぜ) 중국식 면(そば)이란 뜻이다. 한국에는 2005년 처음 들어와 2019년 수요미식회에 등장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음식이다. 최근들어 일본식 라멘 가게에는 이러한 인기를 반영해 마제소바가 기본 메뉴로 빠지지 않고 있다. 

<사진 1. ‘멘야하나비’의 마제소바>

전통적인 라멘의 격전지인 홍대•신촌•합정에 이어 새로운 라멘의 소비구로 떠오른 송파의 멘야하나비는 수요미식회에 등장하면서 마제소바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곳의 마제소바는 마제소바의 탄생지인 나고야식으로 만들어 낸다. 마제소바는 면이 진득한 나고야식과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쿄식으로 나뉜다. 이곳의 마제소바는 돼지 다진 고기와 노른자, 다진 마늘, 파, 부추와 말린 생선 가루를 얹어 먹는다. 두꺼운 면을 사용하고 익힌 뒤 표면을 풀어지게 해서 소스와 꾸미나 고명이 잘 들러붙게 한다. 면을 다 먹은 다음에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이다. 먹다 보면 매콤함이 감칠맛과 기름 맛을 잡아준다. 한국에서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매콤한 맛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제소바의 기원을 따라 가보면 대만과 매운맛이 나온다. 마제소바의 탄생지는 일본 중부 서민 먹거리의 천국인 나고야다. 이곳에서는 마제소바를 타이완 마제소바로 부른다. 타이완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마제소바는 현재 나고야 중화요리점의 약 70%에서 팔고 있는 타이완 라멘(台湾ラーメン)에 기반한 라멘이기 때문이다. 타이완 라멘은 돼지 다진 고기(민찌), 부추, 대파, 콩나물 등을 고추로 매콤하게 양념하여 볶다가 간장 소스의 국물을 넣고 삶은 면에 올려 만든 것으로 많은 양의 마늘을 넣는 것도 특징이다. 타이완 출신인 점주가 타이완 명물인 단쯔몐(担仔麺)을 바탕으로 만들어 식당 미센(味仙)에서 1970년대 초반에 내놓은 것이 그 시초이다. 원래 타이완 단쯔몐은 맵지 않지만,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나고야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양념이 매워지게 되었다. 또한 1980년대 중기부터 매운 음식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며 유명해지는데, 나고야와 80년대 매운 음식의 붐이 한국인에 의한 것일 거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 이후 2008년에 나고야시 멘야하나비 다카하타 본점(麺屋はなび高畑本店)에서 타이완 라멘을 만들 때 돼지 다진 고기가 스프에 맞지 않아 이를 삶아낸 면에 뿌려 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마제소바가 탄생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마제소바는 멘야하나비 다카하타 본점과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곁들여 먹는 반찬이 김치와 단무지, 양념 단무지로 다른게 특징이다. 

<사진 2. 신촌의 ‘카라멘야’>

마제소바의 일종인 아부라소바(油そば)도 있다. 대개의 마제소바가 먹는 중간에 기름을 뿌려 먹기 때문이다. 신촌의 카라멘야는 새우향미유를 중간에 뿌려 먹는다. 카라멘야의 마제소바는 부추, 마늘쫑, 파, 다진 마늘 등 오신채(五辛菜)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매운 야채를 사용해 감칠맛과 기름 맛을 매운 맛으로 조화로 맞추는 집이다. 

<사진 3. ‘칸다소바’의 아부라소바(왼쪽)와 마제소바(오른쪽)>

경희궁역 근처의 칸다소바는 아부라소바로 유명하다. 아부라소바는 도쿄 서쪽 라멘의 강세 지역인 무사니노시(武藏野市)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면을 불리지 않은 것이 마제소바와 가장 다른 특징이다. 참기름이나 간장 베이스의 양념장에 고추기름, 식초 등의 조미료를 취향에 따라 뿌리고 면 위에 온천계란, 다진 김, 멘마(죽순 절임), 차슈, 파 등을 얹는데 치즈, 마요네즈, 튀김 등을 건더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게에 따라서는 '몬자소바(もんじゃそば)', '마제소바(まぜそば)', '간편소바(手抜きそば)', '아브라멘(あぶらーめん)' 등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으며 단순히 '국물 없는 라면(汁なしラーメン)'이라고도 한다. 저렴하고 양이 많아 일본에서도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진하고 강한 맛으로 한국인이 먹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것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듯하다. 

🔊 출처 :  누들푸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